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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2019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맞이 - POSITIVE, 긍정하라!
커뮤니티알 평점 0점   작성일 2020-05-22 추천 추천하기 조회수 11
2019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맞이 기자회견문
- POSITIVE, 긍정하라!
12월은 묵은 한 해를 보내는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12월 1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로 더 뜻깊게 다가온다. 2019년, HIV/AIDS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유감스럽게도 2019년은 질병과 감염인에 대한 혐오가 여전했다. 국내 프로축구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노출시켜 일방적으로 방출시켰다. HIV/AIDS는 학교 괴담이자 가십으로 소모되었다. 하지만 수다한 혐오 속에 감염인은 없었다. “HIV에 감염된 이주여성이 성매매를 하며 지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는 선정적 보도는 도시 이름만 바꾸어가며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끝도 없이 사건과 가십으로 반복하는 혐오와 낙인 속에서 감염인의 존엄은커녕 곁에 있는 이웃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성찰의 가능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질병에 대한 이해나 감염 예방에 하등 도움 되지 않을뿐더러 HIV감염인을 위험한 범죄자이자 타자로 붙박는 보도 행태는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다. 이는 질병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지난 2017년 12월 1일 에이즈혐오 확산의 공로를 인정하여 자유한국당에게 혐오정당인증서를 수여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점점 더 많은 정치인이 에이즈혐오에 동참하고 있다. 극우·보수정당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너도 나도 혐오에 동참하며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여당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소수자 인권 분야에서는 극우 보수 정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수자 인권 증진정책을 펼치면 국회의원 자리를 잃고 정권을 잃을 것처럼 여기지만 극우보수에 동조한다고 그 표를 가져올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인권을 희생양삼아 극우보수가 동의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마치 사회적 합의인양 호도하지 말라. 지금이라도 HIV감염인 인권보장, 차별금지법 제정, 혐오표현과 선동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
질병에 대한 낙인과 감염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 속에서도 2019년은 혐오로만 기억할 수 없다. HIV/AIDS 인권운동은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고 감염인 인권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올해 HIV/AIDS 인권운동은 2017년 HIV/AIDS 감염인의 입원을 거부한 국립재활원의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라는 인정을 받아냈다. 또한 교정시설에서 수형자의 감염사실을 노출하거나 감염인만 따로 모아 방을 배정하면 안 된다는 권고를 받아내기도 했다. 미약한 변화일지라도 우리의 투쟁은 누구의 존엄도 부정되고 삭제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은 기억과 애도의 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 8월, 평생을 국내 에이즈 환자를 돌보며 헌신하셨던 미리암(고명은) 수녀님께서 선종하셨다. 성매매 여성과 에이즈 환자와 같은 이들과 평생 함께하셨던 ‘소외된 이웃의 벗’, ‘에이즈 환자의 대모’ 미리암 수녀님이 실천하신 평생의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
올해 HIV/AIDS 인권주간 구호는 “POSITIVE, 긍정하라!” 이다. ‘positive’는 HIV 양성을 가리키는가 하면 긍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HIV 양성이라는 사실은 감염인의 삶에 부정적인 꼬리표로 따라붙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고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낙인이 되었다. 감염인의 삶에서 ‘positive’는 역설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현실을 기억한다.
우리는 이러한 역설적인 현실을 돌려놓기 위한 노력들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다시금 서로의 관계를 긍정해온 노력을 다짐하고자 한다. 그동안 부정되었던 우리의 인권을, 종종 스스로 부정해야만 했던 우리의 존재를 긍정하자. 혐오와 낙인 때문에 부정되어온 우리의 스킨십을 긍정하자. 우리의 성적 권리를, 우리의 사랑을 긍정하자.
HIV/AIDS 인권운동은 감염인의 인권과 공동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감염인의 성적 권리를 박탈하고 감염인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의 금지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에이즈 환자가 마음 놓고 진료 받을 수 있는 국립요양병원 설립의 요구는 나아가 HIV/AIDS 커뮤니티에 기반한 요양서비스의 요구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와 공동의 노력을 요청한다.
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를 비롯한 의료차별행위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감염인을 치료·진료하는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사바늘에 의한 감염 비율은 지극히 낮지만 의료기관에서 진료·시술·입원을 거부하는 등 차별은 아직도 만연하다. HIV 감염인과 AIDS 환자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안전하고 평등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과학적 근거 없는 혐오에 의한 의료차별행위를 멈춰야 한다. 특별히 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차별대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쥐고서 눈치를 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해당 법안을 속히 통과시켜라.
변화를 위한 한걸음 위에는 HIV/AIDS 인권운동 뿐 아니라 성소수자 공동체와 시민사회,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행동에 나서자.
HIV 감염인의 존재를 긍정하라!
HIV 감염인의 관계를 긍정하라!
HIV 감염인의 인권을 긍정하라!
2019년 11월 29일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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